그냥 무시할 수 있는데 마냥 무시하려니 찜찜한 게 노랫말이다. 노랫말과 지금 처해진 상황의 괴리가 크면 왠지 모르게 찜찜하다. 그 정점은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치고서~~"를 매일 들어야 했던 군대였으리라. 기분 좋은데 축 처진 발라드가 나온다던지, 꿀꿀한 상황에 댄스곡이 나오면 노래를 바꾼 경험은 다들 있지 않나 싶다.
정말 좋아하는 노래라면 좀 다르다. 평소에는 기어다니던 머리가 우사인 볼트마냥 스피디하게 회전하면서, 상황을 노랫말에 끼워붙인다. 왠지 그럴듯하면 스스로가 대견하면서 노래도 평소보다 더 좋게 들리곤 한다. 안타깝게도 나는 그런 상상력이 좀 지나치게 부족해서 "이건 아니야!"라며 고개를 젓는 경우가 더 많지만 말이다.
공원으로 가요.
별 빛 아래에서 당신과 키스하고 싶어요.
좀 지나칠 수 있지만 우린 전혀 상관하지 않아요.
Let's go to the park
I wanna kiss you underneath the stars
Maybe we'll go too far
We just don't care,
가사를 빤히 아는데도 John Legend의 명곡 'P.D.A(We Just Don't Care)'가 비 내릴때마다 생각나는 까닭은 한 장의 사진 때문이다. 비 내리는 밤, 광화문 광장 한복판에서 우산 하나를 함께 쓰고 키스하는 연인의 실루엣. 딱 한 번 스쳐지났을 뿐인데 여태껏 또렷이 기억나는 장면이다. 공원이 아닌 광장이란 사실이 좀 아쉽지만, 그 장면을 생각하면 'P.D.A'도 비 내리는 날과 제법 잘 어울린다.
철야근무 덕분에 사무실에서 아침을 맞게 생겼지만, 사진 한 장으로 만든 작은 이야기 덕분에 시원한 빗소리가 마냥 싫지 않다. 그러고보니 존 레전드의 부드러운 피아노 선율도 빗소리에 제법 잘 어울리는 듯 하다.
P.S. 그 사진은 결국 못찾았다. 가장 비슷한 분위기일 법한 사진을 썸네일로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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