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oday's M

로컬에 주목하라 PNSB '방방'

 

 

 

 

어느날 일상이었던 공간이 '특별한 장소'가 되어 주목받는 것은 묘한 기분을 일으킨다. 공유할 이가 많아졌다는 것에 대한 기쁨과 동시에 나만의 보금자리(?)를 빼앗긴 것만 같은 아쉬움이 복잡미묘하게 뒤섞이곤 한다. 예컨대, 20년간 유년과 학창 시절을 보낸 '군산'이 최근 다크투어리즘과 맛집 탐방 등으로 주목받으면서 비슷한 감정이 일었다. 그 유명한 이성당은 고교 시절 나를 비롯한 다섯 왈패들의 아지트였고, 관광명소가 된 동국사는 엄마 손을 잡고 따라다니던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일부였다.

 

관광객들이 많아지면서 이성당에서 수다를 떨거나 동국사에서 마음의 안식을 얻는 것이란 말 그대로 옛일이 됐다. 물론 군산이 전국적으로 잘 알려지고 찾아오는 이들이 많아진다는 점은 도시 발전을 위해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가끔은 그 북적임이 성가시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솔직한 심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집에 자주 내려가는 것도 아니지만. 궁극적으로는 군산뿐 아니라 전국의 수많은 아름다운 소도시들이 각기 다른 매력을 발판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군산 하면 보통 맛집이나 역사적 현장을 먼저 떠올리지만 여기, 주목해야 할 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군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힙합 뮤지션 'PNSB'다. 공부든 예능이든 뭔가 좀 해보려 한다면 일단 서울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다. 그는 조금 달랐다. 군산 출신의 랩퍼 PNSB는 군산 힙합 크루 '애드밸류어(Addvaluer)'와 함께 힙합 불모지에 가까운 이곳에서 로컬 씬을 이끌어가고 있다. 2012년 디지털 싱글 'One Night'을 시작으로 지난해 로컬에서의 지난 2년간의 기록을 담은 앨범 'FRACTICE'를 발매했는데 이 앨범은 2014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랩/힙합 음반 부문 후보로 선정되기도 했다. 앨범의 수록곡 '방방' 역시 최우수 랩/합합 노래 부문 후보에 오르는 등 호평을 받았다.

 

보이는 것들에만 관심이 있을 뿐 주변에 대한 무관심은 음악에 있어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 같다. 세련되거나 트렌디하지는 않지만 독자적이며 설익은 재간으로 가득찬 PNSB의 앨범을 들으며 로컬 음악에 좀 더 귀 기울여야겠다고 생각한다. 보물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