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도 잘하면 원작이 된다

2014. 9. 15. 12:22

 
연일 표절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종류와 수법도 다양하다. 유명인사들의 학위논문 표절은 기본이요, 가수와 작가도 표절 논란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자신의 저작 가운데 상당 부분을 다시 사용해 중복 출판하는 자기표절도 자주 일어난다. 한 대학교수는 제자의 시를 도용해 책을 펴내기도 했다. 취업용 자기소개서까지 표절하는 게 요즘 세태다.
 
표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표절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유명한 문인들조차 표절의 유혹을 이겨내기 힘들었음을 알 수 있다. 고려시대 시인 정지상의 시(琳宮梵語罷 天色淨琉璃)를 자신의 작품으로 만드는 데 실패한 김부식이 묘청의 난 때 정지상을 맨 먼저 죽였다는 일화는 잘 알려졌다. 조선시대 여류시인 허난설헌의 <난설헌집>에 실린 한시 중 상당수가 남의 시였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표절의 역사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는 논리로 모방의 불가피성을 설명한다. 어떤 이는 표절을 우연이나 무의식적인 행위로 정당화하기도 한다. 1976년 전 비틀즈 멤버 조지 해리슨이 작곡한 <My Sweet Lord>가 그룹 쉬퐁스(Chiffons)의 <He's So Fine>을 표절했다는 시비가 일자 그 멜로디를 잠재의식 속에서 사용했다고 항변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표절 시비가 일었던 조지 해리슨의 <My Sweet Lord>

 

그룹 쉬퐁스의 <He's So Fine>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생산적 모방은 곧 창조의 밑거름이 된다. 소설가 신경숙은 선배 작가 오정희의 작품을 필사함으로써 자신만의 문체를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입체파 화가 피카소 역시 "하늘 아래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 며 마네를 비롯한 다른 화가들의 작품 모방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회화법을 창조했다.
 
문제는 모방이 모방으로만 그치는 데 있다. 단순한 베끼기는 그 분야의 발전을 저해할 뿐 아니라 공정경쟁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학계나 예술계에 널리 퍼져 있는 표절을 경시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다. 표절을 담론화하기보다 비논리와 무책임으로 일관하는 것이 보통이다. 특히 문화계의 경우 표절 판단기준이 매우 모호할 뿐 아니라 원작이 저작권으로 보호받아야만 표절이 성립되는 저작권법상 한계가 있다.
 
표절(plagiarism)이란 말은 '유괴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plagiari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표절이 곧 아기를 훔치는 범죄행위와 다름없다는 말이다. 남의 창작물을 출처를 밝히지 않고 인용하거나 자기 것인 양 사용하는 폐단은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될 일이다. 표절을 좀 더 엄중하게 다루는 제도적‧의식적 개선이 필요하다.

 

여섯 번째 시즌 방영 중인 <슈퍼스타 K>는 미국쇼 <American Idol> 표절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그러나 동일한 포맷을 한국적 방식으로 새롭게 풀어냄으로써 케이블 프로그램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오디션 열풍을 일으켰다. <위대한 탄생>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 등 잇단 프로그램들의 등장으로 이제 <슈퍼스타 K>는 한국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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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um

    제목에 비약이 심하네요. 그에 대한 본문의 설명도 불충분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