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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

모차르트가 ‘밀당의 고수’인 까닭

 

 

대학교의 ‘음대’하면 혹시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과 같은 존재가 아니었던가? 음악을 아무리 좋아한다 하더라도 정식으로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는 음대 건물은 그저 동경의 대상이었는지 모른다. 전혀 다른 차원의 세상일 것이란 호기심과 함께. 나 역시 음대와의 인연이라고는 대학교 2학년 시절 교양 수업으로 음대에서 열리는 <음악의 기초 이론>을 들은 게 전부였다. 기초 이론 이상의 수업은 시작도 하기 전에 괜스레 겁부터 나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것 같다.

 

이러한 음악대학에 대한 기존의 편견을 깨뜨리는 수업을 이화여대 음악연구소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음악연구소가 주최하고 이화여대 음악대학이 후원하는 이 강의는 지난 9일부터 내달 27일까지 총 8주에 걸쳐 매주 화요일마다 열리는 공개 강의다. 음대 교수에서부터 아나운서, 음악 칼럼니스트, 음악 콘서트 기획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음악과 관련한 유명 인사들이 ‘음악과 소통’을 주제로 매주 1시간 30분가량 강연을 펼친다. 본 강연은 본래 이화여대 음악연구소에서 진행하는 ‘뮤직 큐레이터 스쿨' 커리큘럼 중 하나인데 일부를 공개강좌로 돌려 일반 시민들도 누구든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M에서는 편집장이 직접 강의를 청취하고 중요하고 새로운 메시지를 정리해 강의 일부 내용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클래식 음악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음악을 통해 소통하고 더욱 즐겁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음악은 왜 우리를 사로잡는가

 

지난 9일 토요일 이화여대 음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채현경 이화여대 음대 교수와 ‘호모 심비우스’로 유명한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음악은 왜 우리를 사로잡는가?”라는 주제로 8주간 대장정의 문을 열었다. 알고 보니 이 두 사람은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로베르 주르뎅이 쓴 <음악은 왜 우리를 사로잡는가>라는 책을 함께 엮으면서 인연을 맺게 됐다고 한다. 클래식 음악을 넘어 음악에 대한 기초 지식을 쌓고 싶다면 조금 어렵긴 하지만 교양서적으로 한 번쯤 읽어 볼만한 책이라고 한다.

 

채현경 교수는 먼저 “음악은 무엇으로 듣는가?”라는 질문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채 교수는 “음악은 보통 귀로 듣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귀는 하나의 채널, 즉 통로일 뿐 실질적으로 음악을 감지하고 인식하는 것은 뇌를 통해 이뤄진다”고 말했다. 또 “뇌에서 감지된 음악이 최종적으로 도달하는 곳은 가슴”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클래식 음악은 어떻게 뇌를 통해 감지되는 것일까? 클래식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클래식은 그저 지루한 소리의 반복일 수 있다. 그러나 하나의 소리가 비트와 리듬으로 나뉘어 음악이 되는 것처럼 클래식 음악에도 틀과 규칙이 있다. 즉, 형식과 내용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채 교수는 클래식 음악의 형식을 주요 주제와 아이디어가 제시되는 ‘제시부’, 가장 자유롭고 창의적인 ‘발전부’, 주요 주제들이 다시 나오는 ‘재현부’라는 세 가지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이 세 가지 부분만 이해해도 클래식 음악을 훨씬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차르트 교향곡에 숨겨진 비밀

 

채 교수는 이해를 돕기 위해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 G단조(Symphony No.40 in G minor K.550)의 제1악장을 예를 들어 클래식 음악의 ‘제시부’를 설명했다.

 

 

 

 

 

클래식을 몰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모차르트의 이 유명한 교향곡 도입부에는 두 개의 상반된 주제가 함께 등장한다. 첫 번째 주제는 바로 “빠바밤 빠바밤” 하는 리듬으로 익숙한 다음과 같은 악보다. 유투브 영상에서 처음 시작부터 약 32초까지가 해당 부분이다.

 

 

두 번째 주제는 리드미컬하고 힘찬 첫 번째 주제와 달리 목관 및 금관악기를 활용해 애수에 찬 분위기를 자아내는 다음의 악보다. 영상에서는 약 50초부터 두 번째 주제가 시작된다.

 

이 두가지 주제는 끊임없이 변주되며 교향곡 전체를 이끌어간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분위기의 상반된 주제를 모차르트는 어떻게 연결했을까? 즉, 1주제가 끝나는 32초 지점에서 2주제가 시작되는 50초 사이의 연결에 대한 이야기다. 채 교수는 모차르트의 천재성이 바로 이 ‘연결’, 즉 ‘소통’에 있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 연결 파트에서는 영상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물리적으로 소리가 커지며 청자로 하여금 ‘앞으로 간다’(going)는 느낌을 갖도록 한다. 1주제가 끝나고 2주제를 향해 달려나가는 교향곡을 들으며 흥분되는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2주제에서 다시 1주제로 돌아가는 연결 파트의 경우는 어떨까? 마찬가지로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소리일까? 채 교수가 모차르트를 ‘밀당의 고수’라 칭할 만큼 이 파트에서 모차르트는 앞으로 나아갈 듯 말 듯한 긴장감으로 청자를 속이고 있다. 실제로 2주제가 끝나는 1분 10초 지점에서 1주제가 다시 시작되는 2분까지 사이의 음악을 들어보면 갈 듯 말 듯한 진행과 강약 조절로 모차르트가 왜 밀당의 왕으로 불리는지 알 수 있다.

 

채 교수에게 1791년에 사망한 모차르트의 음악은 시간이 흘러도 언제나 설레는 곡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수없이 들었던 곡이지만 "과연 어떻게 넘어갈까?” 늘 궁금하게 만든다는 것. 채 교수는 “모차르트는 음악을 통해 지금도 우리와 함께 소통하고 있다”며 “보다 적극적인 청취자가 될 것”을 당부했다.

 

우리는 음악을 좋아한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우리는 얼마나 적극적인 청취자였던가? 좋아하는 음악을 통해 작곡가와 대화하고 타인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던 적 있는가? 이제는 '귀로 듣기'를 넘어서 '음악을 통해 느끼는 그 감동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할 때인 것 같다.

 

 

 

강의 커리큘럼

 

채현경과 최재천의 "음악은 왜 우리를 사로잡는가?"

일시 : 2013년 3월 9일 (토), 오전 10시-오후11:30

장소 : 이화여자대학교 음악대학 시청각실(B1)

 

정경영 "기분좋은 해설, 감동적인 해설"

일시 : 2013년 3월 16일 (토), 오전 11시-오후12:30

장소 : 이화여자대학교 음악대학 시청각실(B1)

 

장일범 "클래식 카페"

일시 : 2013년 3월 23일 (토), 오전 11시-오후12:30

장소 : 이화여자대학교 음악대학 시청각실(B1)

 

권순훤 "다양한 음악콘텐츠, 클래식의 NEW파이를 찾아서"

일시 : 2013년 3월 30일 (토), 오전 11시-오후12:30

장소 : 이화여자대학교 음악대학 시청각실(B1)

 

이연성 "푸쉬킨의 노래, 그 사랑스런 우울증"

일시 : 2013년 4월 6일 (토), 오전 11시-오후12:30

장소 : 이화여자대학교 음악대학 시청각실(B1)

 

이영호 "소통의 방식, 당신도 아나운서가 될 수 있다"

일시 : 2013년 4월 13일 (토), 오전 11시-오후12:30

장소 : 이화여자대학교 음악대학 시청각실(B1)

 

조재혁 "with piano"

일시 : 2013년 4월 20일 (토), 오전 11시-오후12:30

장소 : 이화여자대학교 음악대학 시청각실(B1)

 

신혜승 "들리는 음악, 들리지 않는 생각"

일시 : 2013년 4월 27일 (토), 오전 11시-오후12:30

장소 : 이화여자대학교 음악대학 시청각실(B1)

 

강의는 매주 토요일 이화여대 음악대학 시청각실(B1)에서 열리는데 강좌당 2000원으로 이화여자대학교 음악연구소(02-3277-2439)에 문의해 미리 신청하거나 현장에서 지불하고 입장할 수 있다.

 

 

 

최재천 교수의 음악 강의 “Music, an evolutionary enigma"는 다음 회에 이어서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