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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Essay

주다스 프리스트에 얽힌 수능의 추억

 

 

10년 전 학원가를 강타한 노래가 있다. 한 영어강사가 부른 ‘수능대박’이라는 곡이다. 일명 스타강사로 불리던 그는 수험생들의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취지로 록 콘서트를 열었고, 영국 헤비메탈 밴드 주다스 프리스트의 노래 ‘브레이킹 더 로우(breaking the law)’를 개사해 불렀다.

 

 

 

 

지금까지 나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

수능당일 컨디션도 절정에 달한다

모든문제 공부한것 쉽게 다 맞추고

어쩌다가 찍는 것도 모두 다 맞춰

수능대박 수능대박 수능대박 수능대박

수능대박 수능대박 수능대박 수능대박

 

- 수능대박송 중 -

 

 

"브레이킹 더 로우" 대신 “수능 대박”이란 가사가 서른 번쯤 등장하는 그의 노래는 그야말로 수험생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나 역시 킬킬거리며 “수능 대박” “수능 대박”하고 주문처럼 노래를 따라 부르곤 했다. 세상의 틀을 거부하고 반항과 자유를 외치기 위해 만든 노래가 정작 시험이라는 지극히 획일적인 목표 달성을 위한 노래로 탈바꿈해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원작자가 조금 당황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돌이켜 보면 오늘날 우리의 삶도 수능 대박을 꿈꾸는 수험생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구나 인생에 한 번쯤은 뜻밖의 행운이 찾아오길 바라고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고난과 역경 없이 순탄하게 살아가길 기대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복권 한 장에 일확천금의 미래를 꿈꾸고 있는 이가 어디 나 뿐일까? 입 밖에 내지는 않지만 너도 나도 자신만의 ‘인생 대박송’을 읊조리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대박이라는 언어의 ‘희소성’이 보여주듯 인생의 성공은 뜻하는 대로 찾아오지 않는 법이다. 나는 수능대박송을 되뇌며 수능을 봤지만 결과는 ‘대박’이라기보다 ‘쪽박’에 가까웠다. 오히려 수능대박송을 통해 대박이 난 건 노래를 통해 수험생들의 인지도를 얻은 영어강사였다. 기존에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을 통해 수험생들에게 어필한 그의 ‘조금 다른 응원’이 대박의 비결이었다.

 

수능대박을 외치며 높은 점수를 바랐던 나는 정작 그 목표를 위해 얼마나 ‘다르게’ 공부했던가? 주문을 외우는 대신 나만의 방식으로 공부 습관을 바꾸고 차분한 마음으로 시험에 임했다면 원하는 점수를 얻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이후에도 인생에서 만난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 속에서 나는 ‘천운’과 같은 요행을 바라는 마음은 결코 성공으로 이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결국 대박이란 꾸준한 노력과 더불어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찾아올 확률이 높았다.

 

달걀 세우기에 대한 논쟁만 오가고 있을 때, 달걀의 밑동을 깨뜨려 세운 콜럼버스는 결국 신대륙을 발견했다. 컴퓨터의 악세사리쯤으로 여기던 마우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상용화한 스티브 잡스는 창조적 기기의 상징이 되었다. 미치광이라는 손가락질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사운드를 거부하고 피아노를 부수던 백남준은 오늘날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로 불린다.

 

문득 백남준이 그의 64번째 생일에 생일 축하송을 거부하며 축사로 갈음한 말이 떠오른다.

 

“생일이면 으레 하는 것들이 얼마나 관습적인 건지 명심하세요. 조금 다르게 하세요.(Be a little differ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