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oday's M

당신의 삶이 무한반복된다면...

엄청난 명작이거나 블록버스터가 아닌데도 기억에 강하게 남는 작품이 있기 마련이다. 물론 남들은 극찬을 하더라도 왠지 심드렁해서 존재 자체가 가물가물한 작품이 있기도 하다.


영화 <엣지 오브 투머로우>의 원작 <All you need is kill>이 내겐 전자와 같은 작품이다. 나온 지 10년 된 라이트노벨로 ,딱히 특별한 설정이 있는 건 아니다. 기동재킷, 강력한 외계생물, 초토화되어 가는 지구, 외계생명체에 맞서기 위해 단합한 국가들...주인공이 알 수 없는 이유 때문에 특정 시점으로 계속해서 반복된다는 설정 역시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 이 후로 숱하게 나온 바 있다.


그래도 왠지 이 만화 혹은 소설 혹은 영화를 계속 보게 되는건, '극단의 상황에서 도저히 빠져 나올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이 뇌리에 남기 때문이 아닐까. 일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 나라면 하지 않았을 선택을 하는 사례를 보며, '왜 그래야 했을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까'라는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눈을 뜨면 시간이 과거로 돌아가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지나온 오늘보다는 나은 하루를 만들 수 있으니까. 더 나은 과거를 만들어가다가, 어차피 안된다는걸 깨달으면 왠지 우울해진다. 그 땐 <엣지 오브 투머로우> 트레일러에 나오는 이 노래의 유일한 가사 'This is not the end'를 중얼거리면서 잠을 청한다.


P.S.마무리가 안되는 글 때문에 혼날까봐 덧붙이는 뱀다리. '영화보다 원작이 낫다'는 지론을 가진 내게 이 작품이 예외 중 하나인 이유 중 하나가 여자 주인공인 리타 브라타스키를 연기한 에밀리 블런트 때문이다. <악마를 프라다를 입는다>의 허당스러운 비서 에밀리(캐릭터 자체는 원작 소설이 더 마음에 들지만 에밀리 블런트의 연기가 워낙 맛깔난다)에 나올 때부터 찜 했던 그녀의 필모그래피에 버릴 작품이 하나도 없다. 간간히 나오는 비서 에밀리의 표정을 보는 것도 이 영화를 감상하는 포인트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