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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Webzine M 2014 올해의 베스트 앨범 10


어느덧 한해가 흘렀다. 우리 모두 울고 웃고 꿈꾸고 때로는 낙담하며 인생이란 거대한 책의 한 페이지를 완성해 나갔을 터. 되돌아보면 좋은 기억보다는 아쉬움이 더 많이 남는 시간들이었는지도 모른다. 먹고 살기는 점점 빠듯해지고 유난히 대형 사건 사고가 많이 발생해 어느 때보다 깊은 슬픔이 흐르던 한해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우리를 위로해주고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던 수많은 음악들. 그중 음악의 좋고 나쁨을 따지기란 참 부질 없는 일인지도 모르지만 2014년 우리에게 가장 특별하게 다가왔던 앨범 10편을 소개한다. 세 명의 필진이 각각 추천한 30장의 앨범 중 대중성과 다양성, 완성도를 기준으로 최종 선정했으며 국내외 앨범의 균형을 맞추고자 했다.

 

올해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세인트 빈센트(St.Vincent)와 에프케이에이트윅스(FKA Twigs) 등이 후보에 올랐으나 지난번 소개한 '2014 해외매체가 주목한 올해의 앨범'을 비롯해 그간 꾸준히 언급됐다는 점을 고려해 리스트에는 올리지 않았다. 올해는 다양한 장르에서 여성 보컬의 강세가 돋보이기도 했다.

 

며칠 남지 않은 2014년 음악웹진 엠이 선정한 올해의 음반들과 함께 따뜻하고 행복한 연말이 되길! 

 


 






1. 김사월 X 김해원 - 비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혼성 듀오의 탄생. 거친 세상에 위태로운 삶을 사는 남여 사이에 일어나는 절대적인 긴장, 절망, 애상 등의 수많은 감정들이 음악 위로 춤을 춘다. 김사월의 속을 알 수 없는 깊은 음색과 김해원의 육감적인 목소리의 주고 받음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가졌다. 첫 곡인 "비밀"부터 시작해서 "지옥으로 가버려", "안아줘", "사막, Part 1, 2"까지 앨범 타이틀 <비밀>다운 스토리텔링을 품고 있으며, 음악도 매력적이지만 가사가 무척 주옥 같다. 여태까지 이정도로 심장이 쫄깃해지는 남녀 간의 긴밀한 감정을 노래한 한국 혼성 듀엣은 지금까지 없었다. EP앨범이 이정도니 이들의 정규 음반을 기다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2. Sun Kil Moon - Benji


선길문. 올해 인디씬에서 워온드럭스(the war on drugs)와 함께 가장 많이 언급된 이름 중 하나일 것이다. 앨범 <Benji>는 권투를 좋아하는 미국의 포크 뮤지션 마크 코즐렉이 주축이 되어 한국의 권투선수 문선길의 이름을 따 만든 선길문의 일곱 번째 정규앨범이다. 벤지는 그가 1974년 할머니댁을 방문했을 때 근처 영화관에서 본 동명의 영화 이름을 빌어온 것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 봤던 영화의 아련하고도 희미한 기억처럼 선길문은 이번 앨범을 통해 기억의 파편들을 읊조리듯 노래한다. 예컨대 "Carissa"는 화재로 사망한 자신의 사촌동생에 관한 이야기라고. 회고록과 같은 그의 고백을 가사를 음미하며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3. London Grammar - If You Wait


올해 트립합 솔로에서 FKA Twigs가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다면 밴드 중에서는 단연 런던 그래머의 데뷔앨범을 빼놓을 수 없다. 2009년 영국 노팅험 대학 재학 시절 만났다는 런던 그래머는 보컬 한나 레이드를 비롯해 댄 로스맨(기타), 도미닉 도트 메이저(키보드, 드럼, 보컬)로 구성된 3인조 혼성밴드다. 음울하고도 매력적인 음색의 한나 레이드는 단연 밴드의 헤로인. 데뷔 앨범 <If You Wait>은 UK 앨범 차트 2위를 차지했으며 2014 브릿 어워즈의 ‘신인 아티스트’ 부문 후보에 오르며 화려한 데뷔를 알렸다. 트립합으로 분류되며 보통 엑스엑스(The xx)와 비교되곤 하는데 레이드의 호소력 짙은 음색과 서정성과 멜로디를 강조한 노래 한곡 한곡이 런던 그래머만의 멜랑콜리아를 완성한다.





 




 

 



4. Begin Again OST


좋은 영화임은 분명하나 엄청난 명작은 아니다. 좋은 음악임은 분명하나, 또한 최고의 수작은 아니다. 차트 1위를 차지한 적도 없고, 영화제에서 상을 받지도 못했다. 하지만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2014년 베스트 앨범'을 이야기 할 때 <Begin Again OST>를 뺄 수는 없다. 이전에 올라온 글에서 에디터 큐와 최소녀씨가 이야기 했다시피, '튐' 없이 모든 구성요소(인물이든, 세션이든)의 조화로운 어울림이 이 앨범의 가장 큰 특징이자 강점이 아닐까 싶다. 바이올렛(헤일리 스테인펠드)의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기타 솔로가 인상적인 'Tell me if you wanna go home'처럼 말이다. 애덤 리바인 특유의 가창력이 돋보인 타이틀 'Lost stars'나 조근조근 읊조리는 키이라 나이틀리의 'Like a fool' 등, 말 그대로 '어느 한 곡 버릴 수 없는' 멋진 앨범이다.




 








5. 쏜애플 - 이상기후


2009년, 한 장의 앨범으로 인디씬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고 조용히 사라졌던 쏜애플이 돌아왔다. 전작의 매니악함을 다소 줄이고 포멀한 사운드를 추구함으로써 대중성을 신경쓰면서도,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쏜애플 특유의 몽환적인 멜로디와 가사는 유지했다. 이미 싱글 위주로 재편된 우리나라 음반시장에서 오랜만에 트랙들이 하나의 스토리라인으로 연결된 '앨범'을 강조한 것 또한 반갑다. '생존'을 테마로 했다는 이 앨범은 어떤 하나의 장르를 일관되게 유지하지 않는다. 미니멀한 사운드로 시작해서(남극), 점차 에너지를 끌어올리다가 폭발하더니(낯선 열대), 다시 사그라든다(물가의 라이온). 쏜애플이 잠깐 반짝했다가 사라지지 않는,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앨범을 내고 롱런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음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6. Thievery Corporation - Saudade 


초심으로 돌아가 보편적인 인간 감성을 담은 보사노바. 일렉트로 라운지 그룹 Thievery Corporation의 정규 7번째 음반이다. 그동안 해오던 일렉트로닉 성향의 혼합 음악보다는 과거를 돌이켜 자신들의 음악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보사노바 자체를 중점적으로 파고 들었다. 앨범 타이틀 <Saudade>는 포르투갈 언어로 "그리움", "향수"를 뜻하는 단어라고 한다. 그에 걸맞게 앨범의 객원 보컬을 전부 여성으로만 채워서 애틋하면서도 애수어린 감동을 선사한다. 첨부한 영상은 공식 영상은 아니고 Vladimir Guskic라는 그래픽 아티스트가 Thievery Corporation의 "Decollage"에 맞춰 제작한 프로젝트 영상인데, 너무 싱크로율이 잘 맞아서 음악의 감동을 더 했기에 한번 올려본다.




 

 





 



7. Lana Del Rey - Ultraviolence


과연 힙스터 여신다운 섹시한 음악. 라나 델 레이의 낮게 속삭이는 음색과 그녀만의 어둡고 깊은 사운드는 귓가에서 쉽게 떨쳐 내기 어려울 정도로 매혹적이다. 인디 신에 몸 담궜던 아티스트가 유명 프로듀서들과 만나 어떻게 성공적인 결과물을 이루어 냈는지를 잘 보여주는 음반이다. 라나 델 레이 본인은 딱히 뮤지션으로 크게 성공하기를 바라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팬들은 그녀를 열렬하게 사랑하고 있다. <Ultraviolence>는 올해 통틀어 총 2백만 장을 팔아 치우며 2014년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여성 아티스트의 앨범 중 하나가 되었다. 제대로 된 공연을 하지 않고도 이 정도로 인기 있는 그녀의 매력을 실제로도 보고 싶다. 언제 한번 한국에도 꼭 와주기를. 근데 라이브는, 음...



 




 


 





8. Ed Sheeran - X


젊은 제이슨 므라즈 혹은 친근한 제이슨 므라즈. 감미로운 어쿠스틱 발라드에서 R&B를 넘어 빠른 비트의 댄스곡까지 못하는 게 없는 젊은 뮤지션 에드 시런이 통해 영국에서 벗어나 전세계에서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다. 아직 20대 초반이지만 10대 때부터 곡을 만들기 시작한, 내년이면 10년차 싱어송라이터가 되는 에드 시런은 2집 <X>를 통해 본인의 영민함을 과시했다. 부담감 없는 발라드나 팝, 컨트리록으로 일반적인 리스너들 입에도 오르내리면서, 한 곡 한 곡 탄탄한 구성으로 헤비 리스너들에게도 인정받고 있다. 힙합씬을 제외하면 신예 남성 솔로 아티스트가 참 드물었던 2014년이서 그런지, 에드 시런의 활동이 더욱 돋보인다.


 


 



  




9. 최고은 -  I was, I am, I will


한국인 최초 글래스톤베리 초청 뮤지션이라는 이름표도 이제는 최고은을 정의하기에는 부족하다. 데뷔 4년 만에 발표한 첫 정규앨범 <I was, I am, I will>은 그간 유럽투어를 비롯해 다양한 음악 활동을 하며 쌓은 그녀의 음악적 ‘실험’을 집대성한 앨범이라 할 수 있다. 포크를 비롯해 록, 재즈, 국악, 월드뮤직 등을 하나의 음반에 담으며 그야말로 뮤지션으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입증했다. 최고은의 음악에는 유행이 없다. 자신만의 목소리로 음악이라는 우주를 담으려는 그녀의 노래에는 가슴을 때리는 깊은 울림이 있다. 다만 노래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 혹은 그녀만의 색깔을 가늠하기에는 다소 아쉬운 지점이 있다.

 







 





10. Sharon Van Etten - Are We There


이제는 완숙해진 싱어송라이터. 전작 이후 2년 동안 투어를 다니면서 틈틈이 쓴 음악들이 담겼다. Sharon Van Etten은 이번 네 번째 앨범에서도 우울함과 슬픔이 뒤섞인 정서를 넘어 찬란하게 노래한다. "Afraid Of Nothing", "Your Love Is Killing Me", "Every Time the Sun Comes Up" 등 11곡들이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며 우리의 가슴을 흔든다. 지금까지의 Sharon Van Etten의 앨범 중 가장 단단하고 두텁다. 곡은 이전작보다 간결하면서도 짜임새 있게 완성되었고 밴드 사운드는 훨씬 풍성해졌다. 듣다보면 자꾸만 듣고 싶고 안 들으면 자꾸만 생각나는 아름다운 매력의 음반이다. 자연스레 Sharon Van Etten의 내한공연을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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