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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ining

'조지 마이클'의 끝나지 않은 속삭임

 

‘리마리오’를 기억하는가? 온몸에 기름칠을 하고 “오~ 베이베~”를 외치며 한때 예능 프로그램을 뜨겁게 달궜던 그 남자다. 허리까지 닿는 머리카락을 포니테일로 높게 묶고 “베이베”를 외칠 때마다 나는 느끼함에 몸서리를 치곤 했었다. 당시 내가 리마리오를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 느끼함이 한 몫 했겠지만 무엇보다 내가 아끼는 노래를 마구잡이로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전성기(?) 시절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현할 때마다 조지 마이클의 명곡 ’Careless Whisper' 마구잡이로 사용하곤 했었다. 노래 이름은 기억 못해도 노래를 완성시키는 색소폰 리프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으리라. 리마리오가 그 리듬에 맞춰 등장할 때마다 얼마나 짜증이 치솟던지!!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리마리오의 테마곡쯤으로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사실 노래 자체에 좀 느끼한 측면이 있는 건 부인할 없지만. 리마리오 때문인지 노래의 분위기 때문인지 대중들에게 Careless Whisper는 ‘에로틱’하거나 ‘섹슈얼한’ 음악으로 남아 있다.

 

‘느끼한 노래’의 대명사 ‘Careless Whisper'는 80년대를 풍미했던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의 첫 솔로 싱글 앨범이다. 하지만 1984년 노래를 발표했을 당시 그는 학창시절 친구였던 앤드류 리즐리(Andrew Ridgeley)와 결성한 팝 듀오 왬(WHAM!)으로 활동을 지속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첫 솔로라고 보기는 어렵다. 어쨌거나 두 사람이 함께 만들고 부른 이 노래는 이후 조지 마이클이 솔로로 나아가는 데 탄탄한 기반을 마련해준 것만은 확실하다.

 

 

      

            'Careless Whisper' 뮤직 비디오. 영상이 좀 병맛이긴 하지만 30년 전 비디오라는 걸 염두해 두자.

 

80년대만 해도 조지 마이클은 훤칠한 외모에 탁월한 노래 실력까지 갖춘 섹시 아이콘이었다. 'Careless Whisper' 뮤직비디오만 보더라도 그는 마치 온갖 여자들을 후리고(?) 다니는 바람둥이로 비춰지지 않는가?  덕분에 당대 여인네들의 마음을 많이 울렸지만 사실 그는 동성애자였다. 아는 사람은 이미 다 알았겠으나 조지 마이클은 2007년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한 바 있다. 왬으로 활동할 때까지만 해도 "그는 여러 여자들과 관계를 했고 그녀들을 이용한 것 같아 죄책감이 든다"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한 때는 자신을 바이섹슈얼이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게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었다는 것.

 

이래저래 말도 탈도 많았던 그는 '음악성'에 있어서만큼은 논란의 여지가 없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앨범을 판매한 아티스트 중 하나인 조지 마이클은 1981년 데뷔한 이래 201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억 장 이상의 앨범을 팔아 치웠다. 'Careless Whisper'를 비롯해 'Last Christmas', 'Faith', 'Jesus to a Child'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지만 그래도 단연 최고는 'Careless Whisper'가 아닐까 싶다. 그런 만큼 지난 30여 년간 수많은 후배 뮤지션들이 노래를 다양한 방식으로 리메이크해왔다. 조지 마이클의 '경솔했던' 속삭임이 잊히지 않는 까닭이다.

 

 

알앤비 디바의 간절한 속삭임

 

                      

타미아의 'careless whisper'

 

우리에겐 노래 ‘Officially missing you'로 잘 알려진 타미아(Tamia)의 커버다. 데뷔 앨범 ’Tamia'(1988)에 실린 곡으로 타미아 특유의 알앤비 스타일로 편곡했다. 한층 펑키한 색소폰 연주와 타미아의 가창력이 돋보인다.

 

 

 

최고의 보컬, 최고의 색소포니스트를 만나다 

 

                       

케니 지와 브라이언 맥나잇의 'careless whisper'

 

수많은 커버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단연 최고의 버전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재즈를 부드럽고 낭만적인 선율로 연주해 국내에서 가장 사랑받는 색소폰 연주자 '케니 지(Kenny G)'와 이 시대 최고의 보컬리스트 중 하나인 브라이언 맥나잇(Brian Mcknight)이 만났다. 최고와 최고의 협연이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케니 지의 섬세한 색소폰 연주와 맥나잇의 깊은 목소리가 기름끼 쏙 뺀 커버를 탄생시켰다. 노래 엔딩에서 맥나잇이 보여주는 애드립은 그야말로 가슴을 쾅쾅쾅.

 

 

남아프리카 메탈 사운드로 재탄생하다

 

Seether의 'careless whisper'

 

남아프리카 메탈 밴드 시더(Seether)가 2009년 6월 선보인 노래. 특유의 색소폰 리프를 전자기타로 대체하고 밴드보컬인 션 모간(Shaun Morgan)의 파워풀한 보컬로 노래의 색다른 맛을 선사한다. 록팬들은 원곡이나 알앤비 커버보다 시더의 메탈 버전을 가장 선호하기도 한다는데! 꽤 인기를 얻기도 한 시더의 버전을 두고 발렌타인 데이 기념 노래를 녹음해달라는 요청 때문에 시더가 80년대의 싼티 나는(cheesy) 팝 발라드를 하드록으로 바꿔 불렀다는 농담이 떠돌기도 했다고.

 

 

피아노 선율 위에 속삭임은 흐르고

 

                          

벤 폴즈와 루퍼스 웨인라이트의 'careless whisper'

 

신나는 피아노 연주가 친숙한 밴드 Ben Flods Five의 피아노맨 '벤 폴즈(Ben Flods)'와 국내에서는 영화 <슈렉>의 사운드트랙으로 유명한 '루퍼스 웨인라이트(Rufus Wainwright)'가 2004년 라이브 무대로 선보인 곡. 정식 앨범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두 사람이 함께 라이브 무대에 설 때마다 종종 공연하곤 한다. 벤 폴즈의 감각적인 피아노 연주와 웨인라이트의 나른하면서도 깊이 있는 음색이 제법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