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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s M

이옥경(Okkyung Lee), 첼로로 변주한 100가지의 노이즈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고, 음악을 듣다보면 왜- 기존의 틀을 갖춘 음악이 좀 심심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한때는 정말 많이 좋아했는데, 현재도 그리 나쁘진 않지만 다시 손이 가진 않을 때가 있는 거다. 그래서 이보다 더 한발 나아간 음악이 듣고 싶다는 갈망을 품은채, 지금까지도 열심히 발품을 팔며 새로운 음반을 찾고 인터넷 세상을 뒤지고 있다.


그러다 발견한 첼리스트 이옥경. 쇼크였다. 아니, 어떻게 이런 음악이 있을 수 있지?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한번 들었더니 자꾸 생각났고 다시 찾게 되면서, 나중에는 앨범을 구글에서 검색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되었다. 일단 가벼운 목마름은 해소되었지만 더욱 깊은 목마름을 얻은 기분이었다. 이옥경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이 연주자가 정말 온 몸을 던져 첼로를 연주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음악에 빠져 든다. 그녀가 무념무상의 상태로 악기인 첼로를 연주하는 것처럼 나 역시 무념무상의 상태가 된다. 첼로가 뿜어대는 노이즈는 분명, 시끄러운 소리일텐데도 내 귀를 홀리게 한다. 특히나 요즘처럼 기분이 가라앉고 나 홀로 있는 것에 심취하고 싶을 때, 열망과 갈등의 사이를 벗어나, 그저 중저음의 첼로 노이즈를 찾게 되는 것이다.


이옥경은 첼리스트이자 작곡가, 즉흥연주자다. 2000년도부터 뉴욕에서 거주하면서 주로 유럽과 미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클래식 음악을 기반으로 재즈,  전자음악, 실험음악 등을 섞어 특유의 음악세계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이옥경과 함께한 음악인들 중에는 이름만 들어도 헉- 소리 나오는 아티스트들이 많다. 실험 음악과 퍼포먼스의 대명사로 불리는 아티스트 로리 앤더슨(Laurie Anderson), 재즈 피아니스트 비제이 아이어(Vijay Iyer), 비디오 아티스트 크리스찬 마클레이(Christian Marclay), 소닉유스(Sonic Youth)의 써스턴 무어(Thurston Moore), 프리 아방가르드 재즈 색소포니스트 존 존(John Zorn) 등이 포함되어 있다. 


지난 10여년간에 거쳐 40장이 넘는 앨범을 발표했으며 2013년에 내놓은 두번째 솔로 앨범 <Ghil>은 뉴욕타임즈(New York Times), 피치포크(PitchFork), 더 와이어(The Wire) 잡지등에서 호평을 받으며 많은 비평가들의 연말 베스트 리스트에 올랐다. 해외에서 활동하면서도 한국에 여러 차례 와서 한국의 즉흥음악 경연대회인 '닻올림픽'이나 워크샵 등 여러 공연을 했다.  





이옥경의 음반 <Noisy Love Songs>은 다른 음반들 중에서 그나마 즉흥적인 면이 덜하다. 



Okkyung Lee - One Hundred Years Old Rain (The Same River Twice)



 

Okkyung Lee - Silenced Answer




 이옥경과 크리스찬 마클라이의 즉흥 연주 공연

 

   

Okkyung Lee and Christian Marclay





2013년에 나온 문제의 앨범 <Ghil>의 수록곡. 1976년에 생산된 중고 카세트 레코더로 녹음한 솔로 첼로곡을 담았으며, 이전작들 하고 다르게 굉장히 거칠면서 뇌리에 깊게 박히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이옥경의 이 음반은 GD와 더불어 2013년에 피치포크가 거론한 두 장의 한국인 음반 중 하나다. 



Okkyung Lee - The Space Beneath My Grey Heart [Ideologic Organ]





아래는 이옥경 본인이 음악을 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쓴 글이다. 나는 어쩐지 알 것도 같다.


나는 상당히 한국적기준으로 “정규적”인 음악교육을 받고 자랐다. 4살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시작했고, 7살때 첼로로 악기를 바꿨고, 서울예원, 예고를 다니면서 남들이 다하는대로 하고 자랐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당연하게 첼로하기를 상당히 싫어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주위 친구들중에 음악하는걸 진짜 사랑했던 친구들은 별로 없었다. 상당히 재능있고 잘하는 친구들은 꽤 많았지만 거의다 음악배우는거에대해 지겨워 했던것 같다. 그래서 지원했던 대학교에 불합격했었을때 난 너무 기뻤고 나는 더이상 첼로는 안할거라고 마음먹었었다. 클래식음악에 지긋지긋했던 나는 무언가 새로운걸 공부하겠다고 생각하고 유학을 가기로 결정했다. 아, 진짜 너무나 막연했던 나. 막상 Berklee College of Music을 시작하고 나자 그 무언가 “새로운” 음악이 너무나 광범휘한걸 깨달았고 내가 그때까지 알았던 음악은 너무나도 좁은 정의안에 존재한다는걸 느꼈다. 그상황에서 내가 할수있는거라고는 무조건 다 받아들이고 건질수있는대로 많은 지식들을 흡수하려고 하는것이었다. 또한 이수과정을 위해 나는 내가 유일하게 연주할수있는 악기였던 첼로를 계속해야했다. 맨처음엔 조금만 하다가 관둘거라고 생각했었지만 이번엔 무언가가 아주 달랐다. 더이상 내가 느끼고 들어서 하는연주에 대해 “틀렸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한국에서 받았던 교육과 너무나 달랐고 숨통이 트이는것 같았다. 그후로부터 첼로하는것이 싫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첼로가 내인생에 그렇게 큰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던중 버클리에서 마지막해 나는 연습을 하다가 계속 딴짓을 하기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쓸떼없는것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계속 그안에서 나만의 무언가를 느꼈다. 더이상 이게 맞는지 틀린지를 떠나 그것이 “나의 진실한 음악”이라고 느꼈다. 내가 그때 친했던 교수님한테 이 얘길를 했을때 그는 내가 “즉흥(improvisation)”을 하고있는거라고 했다. 그때까지 재즈에서만 즉흥을 한다고 생각했었던 나는 이해를 못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던 “즉흥”,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유 즉흥(free improvisation)”을 이제 나는 내모든걸 걸고 10년이 넘게 하고 있다. 아마도 3살때부터 시작한 음악생활에서 이것만큼 내자신을 음악을 통해 이렇게 솔직하게 느껴본적이 없었기때문일것이다. 그것이 음악을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아닐까?


(이옥경 - 작가노트 / http://som.saii.or.kr/archives/blog/3491)









Noisy Love Songs (2011)


01. One Hundred Years Old Rain (the Same River Twice) - 6:09 

02. Upon A Fallen Tree - 4:54 

03. King - 3:31 

04. Saeya Saeya - 5:29 

05. White Night - 4:31 

06. Danji - 5:52 

07. Roundabout - 4:51 

08. Bodies - 5:09 

09. Silenced Answer - 4:18 1

0. Steely Morning - 6:03 

11. Yellow River - 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