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디고와 21세기 바리데기 아버지. 아버지라는 이름을 부를 때 먼저 떠오르는 심상은 무엇일까? 밝고 따뜻한 기억만은 아닐 것이다. 늦은밤 잠든 나를 끌어안던 아버지의 숨결에 섞여 있던 아릿한 술냄새, 거칠지만 애정이 깃든 손길, 가끔은 외로워 보이던 뒷모습. 삶의 무게에 짓눌려 어느새 작아진 아버지의 어깨. 사랑하지만 동시에 미워하지 않을 수 없었던 아버지는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멀고도 가까운 존재일 테다. 최근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고승덕 전 후보의 딸, 캔디고의 글을 보면서 문득 인순이의 노래 '아버지'가 떠올랐다. 그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식도 돌보지 못한 사람으로 교육감으로서 자질이 없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며 아버지의 공직 출마를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캔디고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원문 일부 (.. 더보기 고양이에 대한 단상 고양이와 관련한 좋지 않은 기억이 하나 있다. 7살 즈음이었을까? 당시 우리 가족은 빨간 대문이 있는 좁은 골목집에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집에 들어왔는데 어찌된 일인지 집안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악취가 풍기는 것이 아닌가! 방문을 열어 보니 방바닥이며 침대며 옷장이며 할 것 없이 방 안이 온통 고양이 똥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동네 길고양이들이 이 사달을 낸 것으로 기억한다. 장난이라 하기엔 짓궂은 고양이의 침입은 ‘고양이는 반드시 복수한다’는 속설을 따른다면 언젠가 우리집 식구가 저지른 어떤 실수에 대한 보복임이 분명했다. 이유야 어찌 됐건, 그날 이후 엄마는 며칠밤낮을 집안 청소에 매달렸고 아빠는 고양이라면 손사래를 치며 질색을 했다. 할머니 역시.. 더보기 스물하나, 진혼(requiem) 유리창 정지용 유리(琉璃)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山)새처럼 날아갔구나! Heejin You're so beautiful - 신승훈 인간의 생을 이야기할 때 귀천이 따로 있을까. 우리는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소중한 존재라는 걸 너무도 쉽게 잊고 사는 것 같다. 인생에 실패했다고 자책하는 한 남자도 누군가의 다정한 아버지이자 듬직한 남편. 남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한 여자도 누군가의 첫사랑이자 하나 뿐인 딸이라는.. 더보기 이전 1 ··· 53 54 55 56 57 58 59 ··· 7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