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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나를 사로잡을 때 비극이란 때로 예술가에게 '묘약'과도 같은 힘을 발휘하곤 한다. 유복한 집안에서 자란 모차르트의 음악보다 듣지 못하는 고통 속에 살다 간 베토벤의 음악에서 더 큰 감동을 느끼듯, 평생 천재화가로 불리며 영예를 누린 피카소보다는 정신착란과 가난 속에 시달리던 고흐의 그림 앞에서 발을 뗄 수 없듯이. 물론 예술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취향은 주관적이며 상대적이다. 그러나 시련과 고통 속에서 발현된 예술 작품은 더욱 강렬하고 깊은 울림을 주는 것 같다. 멜로디 가르도의 음악이 주는 인상 역시 이와 비슷하다. 보사노바의 경쾌한 리듬 속에서도 그녀의 목소리에는 감히 가늠할 수 없는 깊은 슬픔이 떠돈다. 실제로 그녀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을 수 없는 고통의 순간들을 감내해왔다. 2003년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중 신호.. 더보기
[책과 음악] 모멸사회와 우리 안의 조현아 인간의 행동을 이끄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라는 말처럼 객관적 이성이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좌우하는 걸까? 김찬호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는 저서 에서 “감정은 이성보다 더욱 근본적이고 강력하다”고 말한다. 감정이란 부수적이고 지엽적인 잉여가 아니라, 중대한 인간사를 좌우하는 핵심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중요한 순간에 의식하지 못한 ‘감정’에 의해 흔들리곤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실제적 행동을 이끄는 감정의 세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감정은 의식의 수면 아래서 나를 계속 움직이지만 우리는 정작 그 실체, ‘또 다른 나’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하버드 대학 경영연구소의 임상 사례 결과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감정에 무지하며 학식이 높은 사람도 자기.. 더보기
Music Webzine M 2014 올해의 노래 10 1. Alvvays "Archie, Marry Me" 2014년도에 이렇게 옛스러우면서도 상큼한 프로포즈를 들을 줄이야. 올웨이즈(Alvvays)는 캐나다 출신의 동네친구들이 결성한 밴드로 80년대가 생각나는 로파이(Lo-Fi) 사운드를 추구하는 인디팝 밴드다. 인터넷 검색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철자를 변형한 밴드명은 마치 처치스(Chvrches)처럼 쿨해보이면서도 음악적으로 훨씬 락 밴드다움을 추구하고 있다. 몰리 랜킨(Molly Rankin)의 과거에서 넘어온 듯한 보컬을 기점으로 조화를 이루는 밴드 사운드는 듣는 이로 하여금 묘한 향수감에 젖게 만든다. 2. La Roux "Let Me Down Gently"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신스팝 여제 라 루(La Roux). 데뷔 앨범으로 각종 수상을 거.. 더보기